예약된 문
에피소드는 프랑스어입니다. 전문은 아래에서 한국어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에피소드 본문
파리의 건강기능식품 매장 Herba Barona입니다. 매 에피소드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들으신 뒤에는 하나쯤 챙겨 가실 이야기가 남습니다. 오늘은 에르고티오네인입니다.

수천 개의 문
여러분의 세포 표면에는 문이 있습니다. 수천 개의 문이요. 그 하나하나가 수송체, 곧 한 종류의 승객만 들여보내는 분자 자물쇠입니다. 포도당을 위한 문, 어떤 아미노산을 위한 문, 어떤 미네랄을 위한 문. 몸은 괜히 문을 만들지 않습니다. 자물쇠 하나하나가 비싸고, 입장은 저마다 값을 해야 하니까요.
수수께끼
그리고 여기 연구자들을 여러 해 동안 붙잡아 둔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우리 세포에는 전용 문 하나가, 완벽하게 규명된 특정 수송체가 존재하는데, 그 문을 거의 유일하게 통과하는 승객이… 우리 몸이 만들지 못하고, 이론적으로는 없어도 되며, 거의 아무도 들어 본 적 없는 분자라는 것입니다.
이 분자의 이름은 에르고티오네인입니다.

버섯에서 온 것
천구백구년에 호밀에 기생하는 곰팡이, 곧 맥각에서 발견되었고 — 이름도 여기서 왔습니다 — 그 뒤로 한 세기가 넘도록 그늘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것을 만드는 것은 균류와 일부 세균입니다. 우리 인간은 식탁에서 조금 얻을 뿐이지요. 포르치니, 느타리, 표고가 가장 좋은 공급원입니다. 그리고 우리 몸은 이것을 그냥 흘려보내는 대신, 붙잡아 들여보내려고 그 유명한 전용 문을 지었습니다. 게다가 — 이 대목이 정말 흥미로운데 — 가장 고되게 일하고 가장 많이 산화되는 조직으로, 곧 산소의 불이 세게 타오르는 자리로 정확히 모아 둡니다.
남다른 안정성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아시겠지요. 이 시리즈는 내내 우리를 미토콘드리아로 데려왔습니다. 산소를 길들이는 발전소이자, 일하면서 어쩔 수 없이 불티, 곧 활성산소를 만들어 내는 존재 말입니다. 에르고티오네인은 항산화 물질 가족, 그러니까 불티를 끄는 쪽에 속합니다. 다만 거의 모든 다른 항산화 물질과 구별되는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남다르게 안정적이어서, 아주 오래 제자리를 지킨다는 점입니다. 다른 항산화 물질들이 몇 시간 만에 소모되어 빠져나가는 데 비해, 이것은 몸속에 몇 주 동안 머물 수 있습니다.
몸이 만들지 못하는 희귀한 분자를, 일부러 지은 문으로 적극적으로 붙잡아, 자기 몸의 불이 타는 구역으로 실어 보내고, 소중히 간직한다. 생물학이 단 한 명의 승객을 위해 이만큼 공을 들일 때, 연구자들은 그 문제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에르고티오네인은 오늘날 항산화 물질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는 분자 가운데 하나입니다.
마지막 그림 하나
마지막으로 그림 하나를 가져가시죠. 여러분 세포의 수천 개 문 가운데, 수백만 년 전에 지어져 단 한 명의 방문객만 기다리는 문이 하나 있습니다. 버섯에서 오는 방문객을요.
큰 이야기는 때로 자물쇠 하나에 달려 있습니다.
Herba Barona 팟캐스트의 한 에피소드였습니다. 파리에서 녹음했습니다.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