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끝내 소화하지 못한 세균
에피소드는 프랑스어입니다. 전문은 아래에서 한국어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에피소드 본문
파리의 건강기능식품 매장 Herba Barona입니다. 매 에피소드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들으신 뒤에는 하나쯤 챙겨 가실 이야기가 남습니다. 오늘부터 미토콘드리아를 다루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아주, 아주 오래된 이야기로 시작하지요.
아주 오래된 이야기
약 십삼억 년 전, 한 세포가 세균 하나를 삼켰습니다. 그리고 흔치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소화하지 못한 것입니다.
세균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받아들인 세포와 하나의 약속을 맺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모든 세포 안에서 여전히 유효한 약속이지요. 「너는 나에게 머물 곳과 먹을 것을 주어라. 대신 나는 너에게 에너지를 주겠다.」

아찔한 숫자들
이 세균을 우리는 오늘날 미토콘드리아라고 부릅니다. 처음 들으신다면 마음을 단단히 잡으세요. 숫자가 아찔하니까요. 여러분의 거의 모든 세포 안에 수천 개씩 들어 있습니다. 다 합치면 몸무게의 약 십 퍼센트에 이릅니다. 몸무게가 칠십 킬로그램인 사람이라면 칠 킬로그램이지요. 칠 킬로그램의 옛 세균을, 여러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몸에 지니고 계십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ATP라는 작은 분자를 만드는 일입니다. ATP는 생명의 에너지 화폐입니다. 심장의 박동 하나, 생각 하나, 눈 깜박임 하나까지 모두 ATP로 값을 치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몸은, 놀라지 마세요, 하루에 사십에서 오십 킬로그램에 해당하는 양을 만들어 냅니다. 거의 자기 몸무게만큼을 매일 만들고, 쓰고, 다시 만드는 것이지요. 재고는 없습니다. 늘 그때그때 만들어 대는 방식입니다.
산소를 길들이다
이를 위해 미토콘드리아는 대단한 일을 해냈습니다. 산소를 길들인 것입니다. 산소는 본래 거친 기체입니다. 닿는 것마다 전자를 빼앗습니다. 쇠가 녹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지요. 그런데 미토콘드리아는 작은 물레방아가 늘어선 폭포 같은 장치를 만들어 냈습니다. 음식에서 온 에너지가 한 단씩 내려가고, 물레방아마다 조금씩 거두어들이고, 맨 아래에서는 잦아든 산소가 그저 물 분자가 되어 빠져나갑니다. 그 결과, 같은 당에서 미토콘드리아는 그것 없이 일하는 세포보다 수십 배 많은 에너지를 뽑아냅니다. 자동차 연비가 백 킬로미터에 구 리터에서 반 리터로 바뀌는 셈이지요.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일수록 미토콘드리아가 빽빽합니다. 몸무게의 이 퍼센트에 불과한 뇌는 여러분이 들이마시는 산소의 오분의 일을 태웁니다. 심장은요? 그 무게의 사십 퍼센트 가까이가 미토콘드리아입니다. 생명의 북소리는 거의 절반이 이 옛 세균들 위에서 울리고 있는 셈입니다.
어머니에게서 오는 유산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미토콘드리아를 여러분은 단 한 사람에게서만 물려받습니다. 어머니입니다. 정자는 거의 전하지 않고, 난자는 그것으로 가득합니다. 오늘 저녁 여러분을 살아 있게 하는 발전소들은 어머니의, 그리고 할머니의 발전소들에서 곧바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며, 그렇게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수천 세대를 건너왔습니다.
그러니 다음번에 잘 자고 난 뒤, 바깥에서 제대로 걷고 난 뒤, 가공하지 않은 소박한 한 끼를 먹고 난 뒤에 기운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시거든, 이들을 떠올려 주세요. 십억 년 전부터 들어와 살고 있는 무수한 작은 세입자들. 한 번도 여러분 곁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만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하나의 동거입니다. 그리고 그 동거는 공룡보다도 오래되었습니다.
Herba Barona 팟캐스트의 한 에피소드였습니다. 파리에서 녹음했습니다. 또 뵙겠습니다.